2009/10/07 22:22

종교는 원래 보수적 독서: 메모

종교는 사회를 구성하는 토대이며 도덕적 의무는 종교에서 비롯한다는 이야기를 하던 중에, 로버트슨 스미스는 한술 더 떠 종교의 기본적인 속성은 보수적이라고 선언한다. 이 대가의 말씀이 다소 노골적이어서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이것은 거역하기 힘든 논리이기도 하다. 나중에 그 자신이 보수적인 교단에 의해 곤경에 처하기도 했고.

종교적 감정은 원래(naturally) 보수적이다. 종교는 오래된 관습이나 관례에 매어있기 때문이다. 신들은 전통적인 의례를 통해서만 다가갈 수 있고, 오랜 기간을 거쳐 확립된 행위 규범에 의해 신성함을 부여받는 존재이다. 신들은 항상 변화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편을 드는 것 같다.
W Robertson Smith,  <<Lectures on the Religion of the Semites>>, 2nd ed. (London: Adam & Charles Black, 1894[1889]), 53.

훗날 로버트슨 스미스의 기본적인 입장을 받아들인 뒤르케임의 종교사회학, 그리고 그것을 계승한 기능주의에서 받게 되는 비판이 이 점에 관한 것이다. 기능주의적 설명은 종교와 사회변동을 연관시켜 설명하는 데 취약하다고. 종교가 사회변동에 능동적인 역할을 하는 사례들을 수도 없이 찾을 수는 있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속성’이 보수적이라는 지적을 뒤엎을만한 반론을 구성하기는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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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화이부동 2009/10/07 23:07 # 답글

    저 분의 이야기를 듣고 문득 '동학'이 생각나는데요~~
    동학이 오래 살아남아서 사회적인 전통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그렇게 말하면 오래 살아남아서 관습화되고 관례화된 종교만을 종교의 범주에 포함시키겠다는 느낌이 강한데요. 그렇다면 순환논법이 아닐까 하는 느낌도 조금 들고.. 오히려 관례화되기 전에 종교는 다른 감정들보다 훨씬 더 혁명적인. 약한 경우에도 진보적인 특성이 있지 않을까요? 결국 문제는 사회 변동의 가장자리를 어떤 방식으로 포함하는가의 문제로 보이기도 하고.
  • 房家 2009/10/08 03:31 #

    새로운 종교는 계속 출현하는 있고, 또 그런 종교 중에 '사회의 가장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꿈을 담은 것, 그래서 변화를 지향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충분히 드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이 분이 생각하는 '종교'가 좀 다르기 때문에 논의가 회전하는 것 같아요. 현실의 종교들에 대해 바로 하는 언급이 아니라 이 분이 기본적인/기초적인/원시적인 것으로 상정하는 종교에 대한 이야기라고 저는 이해합니다. 인류가 기본적으로 사회를 형성할 때 역할을 했던 태초의(이것은 역사적인 의미가 아니라 구조적인 의미라고 이 사람들은 이야기합니다) 종교에 대한 이야기라고요. 그런 기본적 종교에 대한 이야기니까 현재 볼 수 있는 모습과는 좀 다르고, 하지만 현존하는 종교들의 기본적인 속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내용이라는 겁니다. 이렇게 이상형으로서의 종교가 논의 대상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쉽게 반론을 가하기 힘든 곳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이건 뒤르케임이 "종교 생활의 기본 형태들"을 이야기할 때도 마찬가지로 생기는 논쟁 지점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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