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2/10 15:44

종교라고 이름하여 서술하는 일 독서: 메모

오랜만에 들은 선생님의 발표에서 큰 힘을 얻다.

여전히 종교학이 스스로 자기 몫이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종교’를 서술하는 일이 아니라 새삼 어떤 현상을 종교라 이름하여 서술하는 일이지 않으면 아니 되게 된 것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러한 서술 자체가 ‘종교’에 대한 인식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보는 것입니다. 달리 말하면 오늘 우리의 학문이란 주어진 대상을 기술하고 설명하고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만난 ‘현상’에서 내 인식객체를 찾아내든가 빚어내든가 하고, 그것을 명명하고 기술하고 설명하고 인식해야 하는 일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스스로 ‘종교’를 지어, 그것을 울치고, 그렇게 울이 쳐진 수다한 사물들과 더불어 ‘종교’가 인간의 삶의 공간에서 어디에 어떻게 자리 잡고 있는지를 헤아리고, 그렇게 자리 잡은 그 종교가 그곳에서 어떻게 자기 자신을 지탱하고 있다고 서술할 수 있는지를 스스로 시도하는 것이 종교학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은 것입니다.
[정진홍, “ <함석헌 현상>의 논의에서 기대하는 것”, <<함석헌이 본 종교, 종교가 본 함석헌>>(한국종교문화연구소 2009년 하반기 정기 심포지엄), 2. <<종교문화비평>> 17호(2010년), 16-17.]

선생님은 말씀하신다. 종교학은 이미 주어져 있는 ‘종교’를 서술하는 것이 아니라고. 그래서 현상에서 무엇을 종교라고 부르는지를 파악하는 일이 종교학의 출발점이 되는 셈이다. 전에는 그냥 지나쳤을만한 이야기지만, 그 안에 어떤 고민이 담겨있는지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된 지금에는 이렇게 종교학의 울을 그려주는 이야기에 고마움을 느끼게 된다. 서양 선교사들이 어떻게 ‘한국종교’라는 인식객체를 찾아내고 종교라는 인식의 울을 다듬었는가를 정리하는 내 작업이 왜 중요한 건지 설명하는 데 힘이 부치던 중이었기 때문이다. 여전히 기본적인 내용에서도 가르침의 품에서 안온함을 느끼는 나의 부족함을 반성한다.


덧글

  • 히읗 2009/12/10 15:54 # 답글

    셋째 줄에서 <개한>->대한
  • 房家 2009/12/10 22:45 #

    제 글에서 자주 나오는 오타네요.^^
  • 화이부동 2009/12/10 16:03 # 답글

    비판적이지만, 처세술, 혹은 사귐, 만남로서의 종교도
    현상으로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 아닐까요? ㅎ
  • 房家 2009/12/10 23:58 #

    종교가 공동체로서 어떻게 유지되느냐는 현대 사회에서 종교가 운위되는 핵심적인 맥락입니다.
    예를 들어 종교를 '하느님에 대한 믿음'으로 틀을 지우고 접근한다면 그런 맥락은 부차적이고 불경한 이야기에 불과하겠지만, 현대 종교학자(특히 종교사회학자)의 입장에서 볼 때 그리 불경하다고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 화이부동 2009/12/11 08:36 # 삭제

    제가 지나치게 사회학적인 이야기를 하나 싶었는데, 종교사회학이라는 분야가 있군요. 기회가 되면 그 쪽의 책들을 한 번 읽어봐야겠습니다. 조금은 다른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전 종종 이단의 사회학, 이단을 이단으로 규정하는 부분에도 관심이 가곤 합니다. 제가 교회를 다닐 때 워낙 그 쪽으로 충격을 많이 받아서인지 몰라도 말이죠.

    시간 되시면, 종교사회학으로 읽을만한 책 추천 부탁 드립니다~
  • 房家 2009/12/12 01:15 #

    요즘은 종교사회학적 접근이 기본 상식처럼 되어버려서 굳이 종교사회학이라는 타이틀을 걸지않아도 그런 관점을 기본으로 깔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종교사회학자라고 굳이 자처하는 학자들도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고전적인 종교사회학자들로는 피터 버거, 로버트 벨라, 토머스 오데아 등이 있는데, 우리나라에도 좀 오래된 번역이긴 하지만 소개가 되어 있습니다.(물로 진짜 고전 종교학자는 뒤르케임,맑스, 베버죠) 저도 어느 한 책을 집중적으로 본 것이 아니라 책을 소개하기는 쉽지 않고, 개인적으로는 벨라를 선호하는 편입니다.
    우리나라에서 활동하는 종교사회학자는 한신대의 강인철 선생님의 저작들을 추천합니다. 현대 개신교와 천주교에 대한 연구들을 부지런히 출판하고 계신데, 흥미롭게 읽으실만한 논문들도 있을 겁니다.
  • 화이부동 2009/12/14 12:05 #

    일단 강인철 선생님의 책을 읽어봐야겠군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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