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1/08 17:37

빗나간 해석 독서: 메모

기독교인들은 일본의 압제에 애국적 순교자가 되었다. 평범한 한국인은 기독교인이 되어 조국에 대한 자부심과 침략자에 대한 저항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1919년 한국의 민족주의자들이 독립선언문을 발표했을 때 서명자의 절반에 가까운 사람이 기독교인이었다. 그 당시 한국의 기독교인은 전체 인구의 1퍼센트에 불과했다.
최근에 일어난 박해는 폭력의 정도에서 일본인들의 박해를 따라갈 수 없지만 여전히 계속 이어졌다. 1970년대 중반부터 이어진 남한의 군사독재에 맞서 대중의 저항이 커지자, 교회는 개혁을 강하게 요구했다. 개신교와 가톨릭은 함께 전국 시위를 주동하고, 주교와 신자들은 정치범이 되어 수없이 감옥에 갇혔다. 한국 교회는 해방신학을 한국의 상황에 맞게 고친 민중신학으로 발전시켰다. 반정부 지도자 김대중은 자신의 로마 가톨릭 교회가 “박정희 독재에 맞선 영적 싸움의 중심축”이라고 말했다. 1992년 직접선거에서 야당이 승리하고, 1997년 김대중은 대통령이 되었다. 기독교인의 수가 증가한 이유는 교회가 고난을 겪으면서 얻은 신망 덕분이었다.
[필립 젠킨스, 김신권&최요한 옮김, <<신의 미래(The Next Christendom)>>(도마의길, 2009), 272.]

세계 기독교의 변화의 추이를 논하는 최근의 책에서 나타난 한국 기독교 이야기. 약간의 착오가 있긴 하지만 세부적인 내용들은 사실에 입각한 내용들이다. 그러나 전반적인 관점에서는 한국기독교를 파악하는 핵심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한국 교회에 민주화 활동이 있었음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을 한국 교회의 주된 흐름으로 읽는 것에서 큰 오류가 발생한다.
이렇게 서술한 것은 저자의 탓이 아니라, 저자가 한국 기독교를 파악하기 위해 찾아 읽은 자료들의 탓이라고 생각한다. 젠킨스는 한국에 대한 내용을 데이비드 마틴의 책(<<Tongues of Fire>>, 라틴 아메리카 오순절교회의 성장을 논한 책으로, 한 장(章)의 절반 정도에 한국에 대한 내용을 할애하고 있음)에 가장 많이 의존한다. 마틴이나 젠킨스나 주로 한국계 미국인들의 한국기독교 서술을 참조한 2차적, 혹은 3차적 서술에 해당된다. 문제는 이들 학자들이 의존할 수 있는, 영어권에서 출판된 한국 기독교에 대한 연구들이 상당히 제한적이고 편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영어 논문들은 일제시대에는 민족주의 운동, 군부시절에는 민중신학을 비롯한 민주화 활동을 통해서 한국 기독교사를 채색한다.(이러한 서술의 대표적인 예는 다음 책이다. 강위조, <<한국기독교사와 정치>>) 긍정적인 색깔로 채색하려는 서술에서 벗어나서 한국기독교의 위상을 객관적으로 서술하는 일. 이것은 한국 학계에서도 온전히 이루어지지 않은 일인데, 미국 학계에서 이것이 이루어지기까지는 시간이 아직 많이 걸려야 할 것 같다. [한국기독교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현재진행형의 사안이 많이 걸려 있기 때문에, 그것을 객관화시키기 위한 시간이 확보되지 않아 말하기 힘든 점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거기에 몸조심하는 학자의 버릇때문에 더 힘들어지는 측면이 있고. 분명한 것은 위의 인용문 마지막에 언급되어야 할 대통령 당선은 ‘김대중’이 아니라 ‘이명박’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그에 대한 평가를 포함해서 한국기독교(개신교)의 추이를 전망하는 일은 아무리 성급하게 한다고 해도 3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만 해도 그런 이유에서 언급을 꺼리고 있는 실정이니...]

내 판단으로는 저자 젠킨스가 그리 허술한 사람은 아니다. 부분적인 대목에서는 그가 읽은 자료 때문에 빗겨나갈 수는 있겠지만, 큰 틀에서는 상당히 건전한 논리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 기독교의 전체 구성을 주도하는 사람들은 비서구권 기독교인들이 될 것이며, 그에 따라 기독교의 ‘색깔’이 바뀌고 있음을 책을 통해 잘 보여준다. 흥미로운 것은 이 비서구권 기독교는 유럽의 진보적인 태도와는 달리 (저자가 보기에는) 보다 성서에 입각하고 그래서 보수적인 태도를 갖고 있고, 이 태도가 역으로 유럽 주도적인 기독교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음을 지적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전체 논지에서 볼 때, 원산지보다 더 보수적인 한국기독교는 한국의 예외적인 모습이 아니며 세계 기독교의 변화를 주도하는 중요한 양상을 보인다고 할 수 있다. 젠킨스 자신은 미처 몰랐지만, 한국이야말로 그가 말하는 새로운 기독교의 흐름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인 것이다. 책에서 언급된 숫자만 보아도 그가 한국의 중요성을 느끼고 있음은 알 수 있다. 다만 본격적으로 파악하기엔 그가 의존할 만한 연구성과가 없었을 뿐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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