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5/12 21:51

지적질 하나 독서: 메모

“게라르두스 반 델 레에우와 미르체아 엘리아데의 종교현상학에 대한 비교연구”라는 논문의 한 대목. 저자는 엘리아데에 대한 조너선 스미스의 비평을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아마도 스미스는 이러한 ‘반복’에 대한 엘리아데의 지나친 집착에 불만을 갖고 ‘신학적’이며 ‘존재론적’인 주장이라고 비판[했던 것 같다]. 스미스는 엘리아데의 고대인에 대한 애정을 일종의 신앙과 같다고 언급한다.”(223) 이를 뒷받침하는 스미스의 글로 인용된 부분은 다음과 같다.
엘리아데의 ‘고대인’에 대한 신앙은 ‘진리truth’에 대한 심오한 신앙이다. 이 진리에 따르면 우주는 태초부터 질서정연하고 그 질서를 부여한 원초적 행위는 환희 속에 기념되며 인간은 그 질서를 신화의 반복, 의례, 규범을 통하여 유지해야 할 깊은 책임이 있다.

이 부분을 보면 스미스가 엘리아데가 고대인에 대한 신앙을 가졌다고 비아냥대는 것 같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이 인용문은 오독에 의한 것이다. 해당 부분은 <<지도는 땅이 아니다Map is not Territory>> 96쪽으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 내용은 다음과 같이 옮겨져야 한다.(함께 번역 작업 하시는 분의 번역)
엘리아데가 말하는 ‘고대인’의 신앙이란 태초에 질서가 세워졌다고 하는 우주의 ‘진실’을 깊이 믿는 것이며, 질서를 세운 시원적 행위를 기쁘게 기념하는 것이다. 그것은 또한 신화의 반복을 통해, 의례를 통해, 행위의 규범을 통해 그 질서를 유지하고자 하는 깊은 의무감이기도 하다. 
이것을 ‘고대인에 대한 엘리아데의 신앙’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엘리아데가 말하는 ‘고대인의 신앙’을 말하는 것이다. 엘리아데의 학자답지 못한 믿음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엘리아데가 말하는 고대인의 태도를 요약하는, 평범한 내용에 불과하다. 스미스의 주관적인 입장이 그다지 나타나지 않은 부분이다.
스미스가 엘리아데의 ‘반복’의 테마에 대해 비평적으로 말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은 ‘집착’에 대한 비난이라기보다는 반복이라는 주제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가에 대한 성찰이라고 생각된다. 즉 반복을 부정하려는 논의라기보다는 반복이 똑같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어떠한 의미에서 창조성을 지니는 행위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의 산물인 것이다.(나는 이 고민이 “차이와 반복”에 대한 후기구조주의적 논의와 연결되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부분에 대한 공부가 아직 되어있지 않은 고로 다음에...) 전에 잠깐 언급했듯이 도돌이표가 단순한 반복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듯이, 태초의 창조를 반복하는 행위 역시 ‘현재’라는 맥락 속에서 이루어질 때 의미부여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스미스는 강조했을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스미스는 엘리아데의 반복 테제를 받아들여서 자기 나름대로 발전시킨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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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KIM 2010/05/19 11:02 # 삭제 답글

    “게라르두스 반 델 레에우와 미르체아 엘리아데의 종교현상학에 대한 비교연구” 저자가 궁금.
  • KIM 2010/05/19 12:30 # 삭제

    저 말 맘에 든다, "지적질." 이 글에도 지적질 한번 하자면, "후기 구조주주의적"이란 실수가 있음.
    나의 지적질은 주로 너무 사소한 거라 좀 민망하지만, 그래도 "질"의 특성상 안 하고 못 배김.ㅋㅋ
    언젠가, 조너선 스미스가 엘리아데의 문제를 지적했듯이, 나도 종교학적 "지적질" 잘 해보고 싶음.
  • KIM 2010/05/19 12:42 # 삭제

    또 궁금하면서도 지적하고 싶은 건 <<지도는 땅이 아니다Map is not Territory>>에서 나타나듯이,
    영어 책 제목 표기에서 대문자를 어떻게 일관성 있게 사용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 원래 영어 책에선
    저 제목을 몽땅 대문자로 표기했는데, 일반적으로 전치사만 빼고 "Map Is Not Territory"처럼 쓰지만,
    어디선 전치사까지 대문자로 쓰기도 할 뿐더러, 여기처럼 be 동사나 접속사를 소문자로 쓰기도 해서.
  • 房家 2010/05/19 17:53 #

    영어 책 표기에서 대소문자 사용 문제는 내가 일관성 없이 하던 것이었는데, 잘 지적질해주신 것 같음.
    지적한대로 전치사 빼고 다 대문자 쓰는 게 일반적인 것 같아. 난 괜히 다 대문자로 쓰기가 아까워서 be동사 같이 좀 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단어는 슬쩍 소문자로 쓰곤 하는데 원칙은 아닌 듯. 정해진 법칙을 본 적은 없으나 영미인들 제일 많이 하는대로 따라할 수밖에...
    사소한 지적질은 수정했구요, 출판된 논문이니 저자는 검색하면 알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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