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5/25 05:22

어떤 휴지休止 얻어 배우는 인생

어제 들은 강연회의 한 장면.
칼 가스퍼 수사는 필리핀 민다나오 섬에서 기업들의 삼림파괴, 공중농약 살포, 노천채굴사업 등에 반대하며 환경파괴에 의해 고통 받는 원주민들을 돌보는 공동체에서 활동하는 분이다. 그는 필리핀의 상황을 이야기하며 자신이 “군대와 경찰 조직으로 지배계층의 이익을 옹호하는 부패한 정부가 지원하는 탐욕스러운 기업들”과 마주하고 있다고 언급하였다.
요즘 낙동강 상류에서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자연 죽이기를 고발하는 활동을 하고 계신 지율 스님(초록의 공명 참조)은 이 말을 받아 우리나라 상황을 이야기하셨다. 필리핀에 부패한 정부가 지원하는 탐욕스런 기업이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탐욕스런 기업이 정부를 이끌고 있는 상황이라고 표현을 약간 수정한다. 그리고 다시 표현을 수정한다. 아예 탐욕스런 기업의 CEO가 정부의 수장이 되어버렸다고.
생명에 대한 감각을 이야기하는 지율 스님의 이야기에는 강한 호소력이 있었다. 나무 하나 모래사장에 깃든 생명들의 주고받음을 느끼는 것은 부처님이 “보리수 아래”서 오랜 시간 수행하며 깨달은 진리와 통해있을 것이라는 말씀에서 전율마저 느껴졌다. 그런데 4대강을 이야기하고 지금 진행되는 선거에 대한 대목으로 넘어가자 이야기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선거에 대해 여러 의견들이 있지만 자신은 그 결과를 주어진 것으로 받아들이고 거기서 출발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희미하게 말하고 나서, 이야기가 잠시 끊겼다. 
이 대목은 요즘 나의 생각이 끊기는 그 지점이기도 하다. 생태 파괴를 일삼는 부도덕한 정권을 비판하는 이야기는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이야기하기 어려운 대목은 선거를 통해 이 정권을 선출했고 이번 선거에서 다시 그들을 밀어주려는 분위기를 강하게 풍기고 있는 탐욕스러운 인간 군상들에 대해서일 것이다. 이른바 민심에 대해 종교계에서 어떻게 이야기해야 하는지는 어렵고, 의견이 갈릴 것이다. 자신의 생각이 정리되지 않아서라기보다는 전반적인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내용이기에 말을 아낄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스님의 휴지休止에 생략된 쟁점이 요즘 나를 우울하게 하는 그 부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치듯 지나갔다.


(지율 스님이 찍은 낙동강 사진. 
출처: http://chorokgm.cafe24.com/bbs/view.php?id=photo_river&no=48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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