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5/25 23:09

제임스의 논의: 귀신에서 하느님으로 독서: 메모

윌리엄 제임스의 <<종교경험의 다양성>>The Varieties of Religious Experience의 3장은 “보이지 않는 존재의 실재성”The Reality of the Unseen이다. 그는 여기서 귀신 이야기와 하느님에 대한 감각을 연속선상에 놓고 논의를 진행한다.(이것은 오토의 논의보다 앞선 것이다.) 그는 별다른 껄끄러운 논의 없이 천연덕스럽게 사례들을 이어간다.(62-75) 사례와 사례들을 넘기다 보면 어느새 귀신 이야기는 하느님 이야기가 되어 있다. 이야기들은 다음과 같다.(인용한 내용은 <<종교체험의 여러 모습들>>(대한기독교서회, 1997)을 약간 수정한 것이다.)

사례1) 한 친구가 밤에 느낀 무시무시한 느낌. “갑자기 나는 그 무엇인가가 나의 침실 안으로 들어와서 침대 곁에 서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 느낌은 불과 1-2분 동안이었다. 그것이 어떤 일상적인 감각에 의한 느낌이었는지 어떤지는 알지 못하겠다. 그러나 그 ‘느낌’은 무시무시하고 불유쾌한 것이었다. 그 느낌은 나의 존재 근저에 있는 그 어떤 것을 뒤흔들어놓는 것이었다.”

사례2) 무언가에 대한 느낌이 좋은 쪽으로 나타난 경우. “나의 온몸을 흥건하게 적시고 있는 행복감 속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어떤 선善에 대한 각성이 불현듯 나에게 생기게 되었다.……그것은 내 옆에 매우 강한 어떤 사람이 실제로 서 있다고 하는 확실한 느낌이었던 것이다.”

사례3) “아무런 예고 없이 내 전존재는 상당히 커다란 긴장 상태 속으로 빠져 들었으며ㅡ 무엇엔가 커다란 자극을 받은 것 같았다.……그것은 어떤 존재가 내가 있던 방에, 그것도 바로 내 옆에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사례4) “갑자기 누군가가 이 방에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그것도 어떤 사람이 아니라 영靈spirit이 있다고 하는 생각이었다.”

사례5) “자동기술automatic writing을 할 때마다,……내 밖에 있는 어떤 다른 존재가 나와 같이 있다는 사실을 강하게 느낀다.”

사례6) 비실재에 대한 감각. “의미를 알 수 없는 찰나적인 존재인 이웃들에 내가 둘러싸여 있고, 그들 모두는 신기루와 같은 것들을 그렇게 열심히 쫓아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고 있을 때, 나는 내가 지금 꿈이라도 꾸고 있지 않은가 하는 이상한 기분에 사로잡히게 된다.”

사례7) 헐버트 책에서 읽은 절대적인 실체Absolute Reality에 대한 경험. “어떤 종류의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나는 근본적이며 우주적인 절대자라고 생각하고 있던 이 존재와 내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다는 다소 기묘한 느낌이 드는 이 관계를 통해 힘을 얻으려 했다.”

사례8) “나는 하느님의 영Spirit이 내 안과 주위에 있다는 것을 그렇게 생생하게 느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 방안 온통 하느님으로 가득 차 있는 것 같았습니다.”

사례9) 이 사람은 미지의 존재를 무한자the Infinite로 표현한다. “나는 나 자신을 창조하고,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아름다운 것들과 사랑과 슬픔과 유혹까지도 창조하신 그 존재와 함께 있었습니다.”

사례10) “나는 내 자신이 들려 올려지는 느낌을 받았다. 하느님의 현존을 체험한 것이다.”

사례11) “하느님과 직접 말을 하고 있으며 하느님의 음성을 듣고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하느님이 실재하고 계시다는 생각은 단 한 순간이라도 나에게 떠난 적이 없습니다.”

사례12) “나는 발밑에 있는 것이라고는 온통 하얀 구름밖에 없다는 것을 보고 묘한 기분에 사로잡힌 적도 있었다.……이러한 순간에 나는 잠시 나 자신이 누구인가 하는 사실을 망각했다.”

사례13) 전형적인 간증. “나는 하느님이 살아계심을 굳게 느끼고 있습니다.……기도할 때나 찬양할 때, 나는 하느님께 마치 친한 벗에게 말하듯이 말하고 있습니다.”

사례14) “어려움이 내게 닥쳤을 때 처음에는 아찔하였다. 그러다가 오래지 않아 성경 말씀을 듣게 되었다. ‘네 은혜가 네게 족하도다.’”

사례15) “하느님이 내 곁에, 나의 오른편에 계셔서 나와 함께 노래 부르고 시편을 읽고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을, 교회에서 나올 때까지 갖게 된다.”

사례16) “하느님은 마치 어떤 인기척을 내고 있는 듯이 내 곁에 계십니다. 그는 나의 숨결보다도 더 가까이 내 곁에 계십니다.”


덧글

  • Esperos 2010/05/27 19:01 # 답글

    정말로 어느 사이엔가 구렁이 담 넘어가듯 영에 대한 사례가 신에 대한 사례로 바뀌었군요. 그러고 보면 동방교회쪽 기도법에서는 '하느님의 존재가 옆에 느껴지는 것처럼' 하라는 구절도 있다더군요 (아쉽게도 사실여부가 좀 불명확함). 본문에서 인용한 사례들이 하나같이 저에게는 친숙하군요. 우리나라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귀신 사례담 + 가톨릭 신비주의자 사례가 저에게는 모두 친숙하니까요. 그러고 보니, 저는 어릴 때 불교전설모음집을 읽은 뒤 한동안 상상의 세계가 '땅에서는 보살들이 염불하고, 하늘에선 천사들이 날아다니는' 세상이었지요.

    영미권 위카 사이트를 돌아다니다 보니, 위칸들은 그리스도교적 세계관을 반대함에도 불구하고 결국 그리스도교 세계관에 근거한 고정관념을 끝내 버리지 못하더군요. 어째 본문과는 달리 서로 다른 (종교적) 세계관의 융합, 혹은 차이에 대한 댓글을 달았네요 ^^;;;
  • 房家 2010/05/28 04:29 #

    20세기초 미국에서 수집된 종교경험과 21세기 초 한국에서 느끼는 것이 큰 괴리가 없다는 점에 대해서는 좀 생각을 해보아야 겠습니다. 세계적으로 보편화되는 모습을 보이는 귀신론의 차원에서나, 기독교의 차원에서나 설명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희미하게 아는 위카는 페이거니즘을 기반으로 하는데, 이들이 자원으로 삼고 있는 이 페이거니즘 전통은 그냥 고대의 것(기독교 이전)이라기 보다는 기독교의 주변문화로 잔존해온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전거가 되는 자원 자체가 기독교 중심적 세계관 내에서 형성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에, 얼핏 보아서는 기독교에 대한 대안문화로 보이는 이 운동이 기독교적 세계관에서 벗어나는 것은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좀 다른 얘기지만, 동아시아 전통을 제대로 이해하는 히피를 별로 본 적이 없습니다. 표면적인 상징체계는 존중하고 사용하고 있으면서도, 결국은 동양적 요소들을 유신론적인 세계관 내에 녹여서 받아들이는 것이 제가 본 (몇 안되는) 히피들의 모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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