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3/09 17:05

영화적 시각, 종교적 시각, 종교학적 시각 서랍4: 영상

영상 자료를 다루는 관점의 차이를 설명하는 한 예를 찾아보았다. 원래는 유명한 영화의 한 장면을 통해서 그것을 영화사적으로 설명하는 것, 종교의 관점에서 설명하는 것, 그리고 종교학의 관점에서 설명하는 것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보이고 싶었는데, 영화에서 그런 장면을 찾아낼 능력이 부족했다. 해서 <지붕킥>에서 한 번 약간의 억지를 섞어서 설명을 구성해보았다. 다소 유치하더라도 설명을 위한 하나의 예로서 준비했다.
이하는 <지붕 뚫고 하이킥> 93회의 에피소드에 대한 여러 관점들...

[이 에피소드는 현경과 자옥의 화해를 위해 보석이 '특별이벤트'를 준비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 이벤트가 여러 우여곡절로 원래의 의도대로 진행되지 못했다는 것. 하지만 둘 간의 화해는 후에 둘이 시장에서 우연히 만나고 콩국수를 함께 먹으면서 극적으로 이루어진다.
원래 이 자리에는 내가 캡처만 드라마 장면 몇 개가 들어있었다. 그러나 그 글을 포스팅하자마자 "
위의 글은 저작권자의 요청에 의해 비공개 처리 되었습니다."라는 댓글이 달리며 비공개 글이 되어버렸다.(그래서 별 내용도 없는 글을 복사해서 살리는 이런 굴욕적인 행동을...)
 그새 저작권자가 정말로 요청했을리는 없고 이글루스 측 나름의 안전장치가 작동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동영상을 올리는 것은 저작권에 위촉된다고 생각했지만, 화면 캡처는 해당 영상에 대한 '인용'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꽤 당혹스러웠다. 링크된
이글루스의 저작권 관련 공지를 보니 더 놀라웠다. 캡처는 물론 패러디, 특정 노래를 (자신이) 공연한 것을 올리는 행위 등을 금지하는 등 제한의 강도가 생각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상업적인 행위로서 금지된 것을 일반 블로거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은, 아무래도 이글루스 쪽에서 사용자를 보호하기 위해 다소 과하게 운영하고 있는 것이리라 생각한다. 실제 법 현실이 그러한 것이라면 참을 수 없는 일이다! 학문의 세계에서는 어떤 책을 인용한다고 해서 저자나 출판사의 허락을 받지는 않는다. 전문을 실을 때나 허락이 필요하다. 그러나 선배 저작권자와 달리 후배 저작권자인 영상이나 음반 쪽에서는 인용의 문화에 대한 고민은 없는 것 같다.] 



1) 영화의 관점에서 설명하기: 영화 이론은 매우 다양하지만, 가장 널리 사용되는 것은 영화 작가(감독)에 대한 논의일 것이다.
작가론(작가의 전작을 통해 이해하거나, 영화 만들기 관습, 장르의 역사를 통해 설명)
김병욱 피디의 작품에서는 가까운 인물(가족)들의 갈등이 주요 모티브가 된다. <순풍>의 오지명과 사위 박영규, 김찬우와 박영규, <웬만해선>의 신구와 박정수,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박혜미와 이민용, <지붕뚫고 하이킥>의 정보석과 신세경 등이 대표적인 갈등 관계에 있는 캐릭터들이다. 이들의 갈등 관계는 쉽게 해소되지 않으며 때로는 극단적인 사이로 치달으며 극의 긴장을 조성한다. 그러나 가끔 갈등이 해소될 기미를 보이는데, 이것이 극에 감동을 주는 순간이 된다. 김병욱은 한국 사회의 극단적인 인간관계를 시트콤 형식 안에 표현해낸 작가이다.
갈등 해소에는 매개물이 효과적으로 사용된다. 공동의 추억을 담고 있는 물건을 통해 둘 간의 사이가 극적으로 좁혀지는 것은 영화에서 사용되는 전통적인 방식 중 하나이다. 여기서 콩국수가 그런 역할을 한다. 김병욱 작품에서도 자주는 아니지만 의미 있는 물건이 효과적으로 사용되어 갈등 관계의 해소를 상징하는 일이 있다.

 

2) 종교의 관점(혹은 교훈적 관점, 여기서는 유교의 관점): 알레고리적 해석이라고나 할까, 주어진 내용에서 종교적 교훈, 신학적 의미 등을 추출하여 설명하는 것.
어머니에 대한 마음. 완악해 보이기는 해도 인간의 성정에 천성적으로 효심이 존재한다. 콩국수를 계기로 효의 본성이 발현된 것이 둘의 화해의 계기로 작용하였다.(너무 억진가...)

 

3) 종교학의 관점: 이론의 관점에서 자유롭게 뽑아 쓰는 것으로, 이 경우에는 의례 이론에 초점을 맞추어서 생각해보았다. 의례가 돌발상황을 잘 마름질하여 성공적으로 진행된 경우와는 다른 모습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감동이벤트에 주목할 것(보석의 장기). 이 에피소드는 의례 이론의 의례 수행의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이다. 의례에는 기본적으로 해야 할 행위들이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현실은 의례에 주어진 스크립트대로 실행되지 않는다. 의례에 규정된 바와 실제로 행해질 때 사이의 차이와 긴장, 이것을 해결하는 것이 의례의 수행에서 가장 큰 관건이 된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보석의 이벤트는 현실의 우여곡절이 빚는 괴리에 대한 해결책을 보여주지 못한 미완성의 의례였다.
하지만 의례를 실패한 것으로 단정 지을 수는 없다. 결국 둘의 만남이 있기까지는 의례에 의해 생성된 효과가 작용했을 것이라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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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교학 벌레 : 종교와 영화를 논하는 방식 2011-07-05 19:25:48 #

    ... 화가 종교학 수업에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영화가 ‘종교’를 설명하는 것을 넘어서 ‘종교학’, 다시 말해 종교들을 설명하는 ‘종교학 이론’을 설명하는 데 이르러야 한다고 본다.(나의 성근 도식) 내가 이해하는 ‘종교와 영화’는 위장된 신학이 아니라 위장된 종교학이기 때문이고 결국 설명해야 할 것은 종교학 이론이기 때문이다. ... more

덧글

  • Esperos 2011/03/09 22:19 # 답글

    얼음집 운영진들의 저작권 판단기준은 사람의 눈이 아니라 봇입니다. 얼마 전에는 기가 막힌 사용자 한 명이 절대 뉴스에 나올 수 없는 이미지 영상 한 구석에 방송사 로고를 합성해서 올려봤더니, 그것도 저작권 위반이라며 하는 통에 실험(?)을 지켜보던 모든 사람들이 장탄식하여 "얼음집 운영자는 사람이 아니었구나"한 적이 있죠.
  • 房家 2011/03/10 12:33 #

    방송사 로고가 절대적인 판단기준이었군요!
    유익한 실험을 하신 분과 알려주신 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사람이 아닌 대상에게 이건 출처를 밝힌 인용이니 괜찮은 것 아니냐고 항변해보았자 소용이 없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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