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 “종교 경험”(A religious experience)라는 제목이 달린 프로이트의 짧은 글. 한글로 번역이 되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한 미국 외과의사의 편지에 대한 프로이트의 반응이 주된 내용이다. 외과의사의 사연은 다음과 같다.
나체이거나 옷이 벗겨지는 시점이었을 그 여성의 사체의 모습은 그 젊은이에게 어머니를 떠올리게 했다. 그 모습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서 나온 어머니에 대한 갈망을 일깨웠고, 이것은 즉시 아버지에 대한 적개심으로 완성되었다. 그에게 ‘아버지’와 ‘하느님’ 관념은 아직 완전히 분리된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아버지를 파괴하고자 하는 욕망은 하느님 존재에 대한 의심으로 의식되었고 어머니 육체를 잘못 대하는 것에 대한 적개심이라는 이유의 관점에서 정당화되었다. 종교 영역으로 전이된 이 새로운 충동은 오이디푸스 상황의 반복에 불과하고 결론적으로 비슷한 운명을 맞이할 것이다.
“어느 오후 해부실을 지나가고 있을 때 제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해부대에 운반되어 온 온화한 얼굴의 사랑스러운 부인이었습니다. 온화한 얼굴의 부인이 너무나 뇌리에 남아 이러한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느님은 없어. 하느님이 있다면 사랑스러운 노부인이 해부대에 놓이도록 하지 않았을 거야.’ 그날 오후 집에 왔을 때 해부실에서 본 장면에서 받은 느낌 때문에 나는 교회 가기를 그만두었습니다. 전에는 기독교 교리가 마음속에서 의심의 대상이 되었던 적이 없었습니다.”
나의 상식적인 반응이라면, 선량한 사람들이 고통 받는 세상에 대한 신정론적인 회의감 때문에 기독교와 멀어졌다는 것 정도? 하지만 그렇게 해석하기엔 이 의사가 좀 오버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남기는 한다. 이에 대한 프로이트의 해석은 그의 종교론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그래도 놀랍다. 이 장면을 이렇게 연결하는 그의 능력은 대단하다. 그의 진단은 다음과 같다.






덧글
사실 외과의사란 직업 자체가 정말 숱한 죽음을 경험합니다. 다양한 암, 각종 사고, 선천성 질환등등등. 한달 30일동안 30장의 사망진단서를 쓰지 않았나 싶은 경우도 있었고요-비슷한 동네가 내과, 그중에서도 혈액종양내과.- 사실 의사란 직업 자체가 삶보다 오히려 죽음을 더 많이 경험하게 되지요. (예전 포스팅의 기도원의 사례처럼 병이 나아서 나아간 2명의 뒤에는 죽은 8명이 있었다...뭐 요즘은 그래도 일곱명이 살아 나가는 뒤에는 세 명의 죽은 사람이 있는 정도로까지 발전하긴 했습니다만)
그래서 온화한 표정보고 신은 없어! 이런 감정이 들었나 모르겠지만, 나름 동양 유교전통사회에서 자라서-그러나 모태신앙-살아온 저한테는 오히려 반대의 감정이 드는군요. "도대체 저 부인에게 온화한 표정을 지을수 있게 만든 건 무엇일까? 살아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죽음이란 현실을 저렇게 맞닥뜨리게 한 동기는 무어냔 말이다." 아무래도 미국쪽은 죽음=종말이자 패배란 생각을 많이 가지고 있어서 그럴지도요-1950년대 이야기지만 인도인 의사의 경우에는 아마도 힌두교 특유의 윤회사상의 영향때문인지 죽음=또다른 시작이라는 사상을 가지고 있었고 "죽음을 무조건적으로 피해야 할 것으로 여겨야 하는가?" 하는 질문을 자신의 스승인 미국인 의사에게 던지기도 했습니다(이건 그 미국인 스승이 자서전에서 남긴 내용)
인용하신 미국인 외과의사도 그런 질문을 던졌을 거 같습니다. 하긴 1920년대 미국의학계라면 꽤나 낙관론에 빠져 있을때니 죽음을 곧 패배로 연결시키고 절망했겠지만요.
덤으로, 저도 상당히 정신분석옹호론자인데 뭐든지 저노무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로 연결시키는 프로이트 영감님의 반응은 참...거식하단 말이죠^^. 저러니 제자들이 다 도망갔지...
(간만에 들른 얼음집에서 잡담이 너무 길었습니다)
2016/10/05 20:59 #
비공개 답글입니다.그럼에도 종교학 전공자로서 제가 무슨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궁리 중인데, 그 중 하나는 죽음을 다루어온 전통적인 접근인 종교를 소개하고, 그 연장선상에서 의사의 역할을 생각하게 하는 정도가 아닐까 합니다. 물론 말씀하신대로 이건 간접적인 강의에 불과하고 그들이 직접 경험할 바에 대한 참고 지식인 한계는 분명하리라 생각합니다. 도움이 되는 "교양"을 제공하는 게 제 자리가 아닌가 생각중입니다.
위장효과님이 의사의 경험의 차원에서 풍부한 느낌을 달아주셔서 고맙게 읽고 글을 다시 보게 되네요. 죽음이라는 일상적(?) 현상에 대한 의사의 반응도 문화별로 시대별로 달리 나타나는군요. 당연한 것이겠지만 말씀을 듣고나서야 끄덕여집니다. 아무래도 의사를 사람으로서 생각하는 버릇이 덜 들어서 그런 거겠지요.^^저는 요즘 예비 의사를 대상으로 하는 강의를 하다 보니 의사라는 인간이 어떠한 존재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많습니다. 그래서 님의 답글이 참 와닿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