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2/13 15:27

종교인구 문제의 황당함 얻어 배우는 인생

김진호 선생의 “종교인구 문제의 ‘황당함’과 ‘곤혹스러움’”은 작년에 나온 2015년 인구총조사 종교통계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생각을 열어준 글이었다. 발표를 들으며 들었던 ‘도움 받은 생각 + 혼자 들었던 생각’을 정리해본다.
(제3시대그리스도연구소 홈페이지에 공개된 발표문:  Kimjinho2017_02.pdf)



1. “황당한 개신교 신자 수, 종교학의 곤혹스러움”
2015년 통계가 발표되기 이전 개신교에 대한 국내의 인식은 좋지 않고 교단 통계도 감소세를 보였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자는 큰 폭의 감소를 예상했다. 그러나 결과는 967만명으로 국내 최대 종교를 기록. 학자들로서는 예상 못한 결과였다. 나 역시 이전 통계를 기반으로 뻘소리를 한 적이 있어 후끈거리는 결과. 황당하고 곤혹스러운 것이 맞다. 비유하자면 여론조사 갖고 딴소리 하던 정치평론가들이 작년 총선 이후 할 말이 없어진 상황과 비슷하다. 그런데 종교통계 발표 이후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한 글을 본 적이 없다. 황당하다는 솔직함이 이 글의 최대 장점이다. 그것이 분석의 중요한 출발지점이다. 이 글 하나로 황당함이 100% 해소될 수는 없어도 중요한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것은 이 솔직함에 기인한다.

2. “2005년에 개신교 신자임이 낮게 표기된 것과 2015년에 높게 표기된 사이에는 두 조사 응답자들의 종교에 대한, 그리고 사회에 대한 인식 기준의 변화가 반영되어 있다.”
나에게 2015년 조사가 준 깨우침은 이전의 전수조사(1985, 1995, 2005)에 대한 맹신이 깨졌다는 것이다. 인구총조사의 종교 항목은 이전의 부풀려진 교단통계 자료만 있었던 종교학계에 복음과도 같은 것이었다. 이전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신빙성을 지녔기에 많은 종교학 논문에 이 수치가 근거로 사용되었다. 그런데 이번 조사는 이전 조사 결과에 의문을 제기한다. 사실 2015년 조사는 전수조사가 아니어서(10%인터넷 + 10%방문) 학자나 교단(특히 불교)에 따라서는 논란이 되기도 한다. 조사 방법이 다르다는 점은 중요하다. 많은 언론 자료에서 2005년과 2015년을 비교하는 분석을 하였는데, 다른 조사방법에서 나온 결과를 갖고 병렬해서 얼마나 증가했느니 감소했느니 하며 비교하는 것은 사실 아무 의미가 없다. 기본적으로 다른 데이터인 것이다. 내 생각은 오히려 2005년도 조사를 전적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내 감으로는(정확한 근거는 없음), 2015년 결과는 1995년 결과의 연장선상에서 읽히며 2005년 결과는 튀는 자료이다. 2005년은 개신교의 과소와 가톨릭의 과대가 특징이다. 그러나 1995년부터의 추이를 보면 2015년에 개신교는 교세를 유지했고 가톨릭은 건실하게 성장하였다. 
조사 결과의 신뢰성을 문제 삼자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통계자료 역시 해석의 대상이라는 학문의 기본이 지금까지는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진호 선생의 글은 2005년과 2015년의 사회적 분위기의 차이, 개신교와 종교에 대한 이미지의 차이가 결과의 차이를 가져왔다는 가설을 제기한다. 종교 정체성 응답이 사회적 분위기에 좌우된다? 전에는 가져보지 못했던 생각인데, 매우 유력한 가설이다. 
정치 통계에 많이 속아보았기 때문에, 지금 우리는 선거 지지도 조사가 나오면 그 추이를 읽는 정도로 참고하지 그 수치를 절대화하지 않는다. 어떤 후보가 30%가 나왔다고 진짜 국민의 30%가 그를 지지한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이전 조사보다 몇 %가 오르고 내렸는지만 본다는 것이다. 종교 통계에 대한 나이브한 생각도 버려야 할 시점이다. 

3. “인구센서스는 오직 하나의 종교만을 선택하게 한다.”
인구총조사의 종교통계의 문제로 처음부터 제기된 쟁점인데, 이번에 더 심각하게 생각해보게 되었다. 1인 1종교라는 조사의 전제가 한국종교문화에 적합한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다. 또한 종교조사는 하나의 종교를 선택하라는 무언의 압박이 된다는 사실도 중요하다.(종교를 꼭 가져야 하는 상황이 초래한 문제에 대해서는 인도네시아 사례가 참고할만하다.) 종교조사가 인기투표처럼 이루어졌다는 비판을 어디서 들은 적이 있는데, 이건 비판할 문제는 아니지만 조사의 중요한 성격을 지적한 말이라고 본다. 예컨대 2005년에는 개신교라고 밝히기가 더 부끄러웠고 가톨릭에 대한 호감을 표(?)로 나타냈다고 생각할 수 있다. 2015년은 조사기법상 그런 가능성이 줄어들었고. 

4. “종교 너머의 종교성”
종교학에서 흔히 말하는 ‘종교적인’ 사람들이 이번 조사에서 ‘종교 없음’으로 잡혔다. 종교문화를 담아낼 수 없는 경직된 종교개념으로 짜인 조사의 참상이다. 그렇다면 종교성을 측정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요즘 종교사회학에서 어떤 이론을 내놓는지 모르겠지만 선명한 해결 방안은 아직 없을 것 같다. 앞으로 책임감을 갖고 고민할 부분이다. 6할이 넘는 무종교인들. 지금은 종교가 없다고 스스럼없이 말하는 시대, 다른 말로 무종교에 대한 호감도가 상승한 시대이다. 이 종교 없음을 어떻게 읽어낼 것인가가 지금 종교학의 핵심적인 물음 중 하나이다.


덧글

  • 화이부동 2017/02/13 19:19 # 답글


    저도 덕분에 이 글을 읽으면서 느낀 점을 정리해봅니다.^^

    1. 종교에 대한 질문 방식
    해당 질문은 종교 유무에 대한 판단기준을 개인에게 맡겨두고 있다. 즉 종교활동 기준 등을 제시하지 않고,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응답하도록 한다. 따라서 이 결과는 정확하게 종교활동을 하는 인구를 의미하기보다는 특정 종교에 대한 경험(때로는 복수의)을 바탕으로 해당 종교에 대한 선호도 또는 애착도가 결합된 응답이 산출될 수 있는 질문으로 봐야한다.

    2. 가장 특징적인 현상은 종교없음의 증가와 불교의 약화
    해당 글은 기독교를 중심으로 논의를 이끌어가고 있지만, 더 중요한 지점은 종교있음이 10년 사이에 53.1%에서 43.9%로 10%가 줄었고, 그 감소의 대부분을 불교가 떠안고 있다는 점이다. 불교는 2005년 대비 7.3%p가 감소했는데 전 연령대에서 감소한 반면, 기독교는 연령별 감소 없이 50대 이상에서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3. 분석이 필요한 질문
    왜 불교는 10년 사이에 전 연령대에서 이렇게 힘을 잃었을까? 또 천주교 또한 50대 이전에서 힘을 잃었을까? 반명 기독교는 다양한 잡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이탈이 없고, 50대 이상에서는 오히려 증가했을까?


    4. 근거없는 가설 하나
    불교와 천주교는 2005년의 시대과 밀접하게 연결된 '스타'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이제 두 종교에는 스타가 없다. 무엇이 우선인지는 알 수 없지만, 종교스타의 부재는 해당 경험과 종교정체성을 연결하는 고리를 약하게 만들 수도 있다. 반면 기독교는 스타 파워는 약하고, 외부 잡음도 많지만 인적인 네트워크 중심으로 신자를 관리하고 있지 않은가? 따라서 종교 정체성 측면에서 시대적 변화의 영향을 덜 받을 가능성이 있다. 응답 상황을 고려할 때. 자신을 특정 종교인으로 판단하게 만드는 '다양한 물적 증거들'이 기독교에서는 꾸준하게 제공되는 반면 불교와 천주교는 그 부분이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할 수도 있다.



    내용 위주로 간략하게 적다보니, 말투가 좀 그렇게 되었습니다.^^;
    해당 질문에 대해 설문에 답하는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가졌을지, 특정 기준이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기준에 의해 판단을 했을지 고민을 해봤습니다. 그러다보니 좀 삭막한 관점이 제시된 듯 합니다.



  • 房家 2017/02/13 22:07 #

    아, 통계까지 검토하시며 꼼꼼히 정리하신 생각들, 감사드립니다.

    1. 어떻게 믿느냐를 묻는 것, 대안적인 조사 방법입니다. 교회엔 얼마나 자주 가고 기도는 얼마나 하는지, 윤회 관념이 있는지, 제사를 지내는지 등을 묻는 거죠. 이런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90% 정도가 유교인으로 분류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돈인데, 이런 복잡한 방법으로 유의미한 자료를 얻으려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합니다.

    2. 불교가 중요한 부분이죠. 위의 글은 개신교 대표자 입장에서 발표한 글(불교는 다른 발표자)이기에 언급이 없었죠. 저도 뚜렷한 이유를 아는 건 아닌데, 일단 중요한 것은 조사방법의 변화가 불교에 불리하게 작용했습니다. 적극적인 정체성 없이 호감 위주인 사람들이 선택을 강요받은 2005년까지는 불교를 택했는데, 지금은 덜 그러하다는 게 큰 이유. 또 하나는 종교적인(혹은 영적인) 사람들이 여전히 많은데, 그들이 이전에는 전통적인 종교성으로 자신을 설명했다면 이제는 다른 언어를 찾고 있다는 것.

    3. “자신을 특정 종교인으로 판단하게 하는 물적 증거”가 핵심적인 부분이라는 데 동의합니다. 개신교는 그것을 제공하고 있고 (저도 가설적이지만) 과거 권위주의 정부 아래서 그것이 확대되거나 유지되었다고 봅니다. 천주교는 교황이라는 스타 효과가 예상보다는 작게 나타났죠. 하지만 저는 천주교가 감소(2005년과 비교해서)하기보다는 꾸준히 증가(95년도와 비교하여)했다고 봅니다. 2005년 자료는 천주교 내부 통계보다 200만이나 높게 나와서 당시에도 설명이 잘 안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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