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7/26 01:21

인문의학이 필요한 인식론적 근거 독서: 발제

Nevile Chivaroli, “Knowing How We Know: An Epistemological Rationale for the Medical Humanities”

이 논문의 목적은 의학교육에서 인문학이 필요한 이유를 인식론적인 근거를 들어 설명하는 것이다. 노골적인 내용이다. ‘의학에서 인문학은 꼭 필요해, 끼워 넣어줘.’라고 말한다. 그런데 그게 나의 처지이기도 해서 논문을 흥미롭게 읽었다. 인문학이 의학교육에서 옵션이 아니라 본질적인 부분을 구성한다는 점을 증명하고자 하는 글이다.


1. 서론
1-1. 인식론(epistemology)의 중요성. “학과의 밑바탕이 되는 지식 이론은 어떻게 앞으로의 지식이 생성되는지, 학과가 어떻게 지식으로 간주되는 것을 결정하는지, 학과가 유효하다고 생각하는 방법이 어떤 종류인지를 정하는데 큰 영향을 준다.” 의학은 의학을 형성한 특유의 인식론(=지식 이론)을 갖고 있다는 것이 논문의 전제이다. 
한편 인문의학은 “의학과 보건의 배경(context), 경험, 중요하고 개념적인 쟁점을 탐구하는 간학문적 혹은 다학문적 분야”로 정의된다. 인문의학과 의학 인식론의 관련성이 논문의 핵심 쟁점이다.

1-2. 인문의학의 필요성을 증명하라
(인문학을 오래 공부했지만, 인문학의 필요성을 증명하라는 요구를 받아본 적은 없다. 막상 그런 요구를 받으면 막막할 것 같다. 하지만...)
의학계에서 인문학의 필요성을 증명하라는 요청을 받는 일은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특히 결과물을 기반으로 한 증거의 관점에서.” 쉽게 말하면 수치로 증명하라는 것이다.
저자는 현실적으로 이를 감내하자고 충고한다. 좋은 게 좋은 것 아니겠냐고.
“결과물을 문서화하는데 대한 반발은 철학적인 것이기도 하고, 경험적 증거로 정당화하는 일이 인문학의 목표, 가치, 인식론을 타협시키는 것이라는 강한 느낌 때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교육의 결과물에 대한 증거를 제공하는 능력이 인문의학을 잘 되게 할 것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2. 인문의학의 필요성 논증
인문의학의 유용성, 필요성을 증명하기 위해 사용하는 논리는 다음 네 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1)도구적인 측면 강조하기
인문학에서 배운 것이 의료 현장에 도움이 되는 기술로 연결된다는 주장이다. 예를 들면, 병력(case history)을 읽어내는 능력, 관찰 기술, 공감 능력, 커뮤니케이션 능력의 함양 등이 인문학을 통해 기대될 수 있는 효과이다.

(2)본질적인 가치의 측면 강조하기
의학 본연의 환자 중심적인 가치를 다시 불어넣는 것, 의료직을 본질적으로 ‘인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식의 접근이 감동적이어서 좋다.)

(3)지적 측면 강조하기
예비의료인이 의료 활동에 비판적, 자율적, 전복적 렌즈를 들이대는 능력을 길러준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것이야말로 내가 생각하는 비판적 성찰이라는 인문학 본연의 임무에 가장 가깝다.)

(4)인지적 측면 강조하기
인문학이 의학을 이해하고 수행하는 특징적인 방식에 주목한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인문학이 ‘의사답게 생각하기’에 근본적인 도움을 준다고 본다. 그리고 이런 논리는 인문학과 통합적인 교과를 개발하여 의료 교육에 도입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3. 인지적 접근의 구체적인 사례들
인문학이 의사답게 사고하는 것에 직결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1)임상적 추론: 의사가 겪는 어려움 중 하나는 증례(case)의 한 특징에만 고착되는 것(premature closure)이다. 인문학은 의사가 개연성(plausibility)의 관점에서 유연하게 사고하도록 도와준다. 의사는 환자의 관점과 배경 요인을 결합해서 이해하지 못하는 문제를 겪는다. 인문학은 의사가 경험적인 것, 개별적인 것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준다.
(2)공감: 인문학의 질적이고 해석적 관점은 의사가 환자의 환경의 해석에 관해 상상, 토론, 설명하는 능력을 길러준다.
(3)인문학은 이야기 능력(narrative competence), 직업적 정체성 형성을 길러준다. 
임상에서 말은 핵심적인 도구이고, 이야기는 의학 수행의 구성적 요소이다. 이는 인문학의 집중 독서, 비판적 성찰, 반문화적 관점과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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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번역은 여기까지. 나는 이 글이 너무 재밌고 유의미하다고 생각해서 번역했다. 특히 헬렌 킹의 마지막 단락은 종교학 벌레님이 최근에 올리신, 인문의학이 필요한 이유에 대한 글과도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내가 굳이 히스테리가 잘못 이애된 경우를 한국 자료에서 찾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많으리라 생각한다. 잘못된 것은 고치고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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