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9/02 00:50

종교하기 독서: 발제

“문화로 본 종교학”의 저자 맬러리 나이의 논문으로, 종교 개념에 대한 비판적 이론을 수용한 종교학의 새로운 방향을 논한다. 문화 연구로서의 종교학이라는 저자의 입장, 저자가 제안하는 ‘종교하기’ 개념이 잘 설명되어 있다.

Malory Nye, "Religion, Post-Religionism, and Religioning: Religious Studies and Contemporary Cultural Debates," <Method & Theory in the Study of Religion> 12-1 (2000): 447-76.
 


1. 시작부터 신랄하다. 종교학은 뒤처진 학문이라는 돌직구가 날라온다.
“종교학이 학문적으로 뒤처져 있고, 그 주인공들은 종교학을 둘러싸고 소용돌이치는 개념적 혼돈을 무시하거나 피하면서 즐겁게 지내고 있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447-448)

지난 세대 인류학까지는 수용하였지만(내가 열심히 수용한 메리 더글러스도 언급된다), 포스트모던 이론 수용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 주류 종교학을 겨냥한 언급일 것이다. 
“종교학자들은 지난 세대 인류학자들이 제시한 이론과 방법론의 혁신들, 특히 클리퍼드 기어츠의 해석학적/상징적 분석, 빅터 터너와 메리 더글러스의 상징 기능주의 등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450)

2. 주료 종교학에는 ‘종교’에 대한 본질주의가 존재한다. 그리고 종교학자들이 연구대상에 관련해 지닌 위계 관계로 이것이 뒷받침된다.
“[비종교적인 학자와 종교적인 연구대상을 나누는] 이러한 담론은 학자를 ‘종교’가 ‘정말로 무엇에 관한 것’인지 판정 내리는 위치에 놓는 종교의 ‘설명’이나 ‘환원’을 낳게 된다.”(462)

3. 그가 제안하는 것은 종교보다는 “종교하기religioning”를 연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종교하기religioning는 정의되거나 설명되는, 본체를 가진 하나의 사물이 아니다. 종교하기는 다른 문화적 실천처럼 (종교에 포함되는 대신에) 자신의 행위주체성agency을 가진 행위자들에 의해 행해지거나 연행perform된 실천의 한 형태이다. 그들은 자신의 종교성을 드러내는 자기 특유의 방법과 경험을 갖고 있다.” (467)
“종교하기라는 개념화 작업은 종교적 정체성, 종교적 표현과 권력 관계가 실천과 연행을 통해 생산되는 과정에 학자들의 관심을 이끌려는 의도를 갖는다.” (468)

4. 결론에서 그는 종교학이 포스트모던 비판을 받아들일 때 취할 수 있는 세 가지 방도를 내놓는다.(첫째는 도발하려는 용도로 안 들을 줄 알면서 그냥 찔러본 이야기인 것 같고, 둘째는 한국의 경우 ‘종교문화’라는 대체어를 통해 부분적으로 시도되고 있다. 저자가 말하고 싶은 것을 셋째일 것이다.)
(1) 종교학과가 시대착오적인 연구대상을 중심으로 지나치게 인위적으로 형성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종교를 다른 문화적 표현에서 분리되지 않는 것으로 받아들인다면, 종교학과는 문화 연구와 인류학 사이의 지점으로 흡수될 것이다. 
(2) 이보다는 덜 과격한 방도는, 종교학을 ‘종교와 문화’와 같은 통합학문 프로젝트에 포함하는 것이다. 문화를 넘어선 지구적 감각을 강조하는 효과가 있다. 
(3) 세 번째 방안은 최소한의 것으로 학과의 어휘와 담론에 대해 재성찰하는 것이다. 즉 종교를 행해진 것으로, 실천으로, 종교하기로 생각하고 논의하는 것이다. (472-473) 


덧글

  • 남중생 2018/09/02 00:59 # 답글

    재미있네요. 베트남사에서도 "지난 세대에서는 인류학까지는 받아들이더만"이라는 비판이 있습니다. 기회가 되면 번역하죠.ㅎㅎ
  • 房家 2018/09/02 22:18 #

    오호, 정말 재미있군요. 생각지도 못한 분야에서 비슷한 이야기가 있다니요! 이 글에서 말하는 새로운 세대의 이론은 인류학 자체의 발전을 말한다기보다는 포스트모더니즘을 수용한 측면을 뜻하는 것(특히 문화 개념의 특권을 해체)입니다. 포스트모더니즘을 받아들이기 힘겨워 하는 것은 종교학도 그렇겠지만, 역사학 분야에서도 매우 그럴 것 같습니다. 한국사에서 살짝 느꼈던 건데, 다른 지역에서도 그렇겠죠? 필요한 내용이 있어 읽어본 글인데, 말씀 듣고 보니 번역할 가치는 있는 글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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